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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개인 과실” 순서 밟나

지난해 8월 29일 한 지하철 정비노동자가 승강장에 진입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고인이 된 노동자는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외주업체인 유진메트로 소속으로, 입사 1년을 겨우 넘긴 28살 청년이었다. 그는 전동차가 달리는 스크린도어 안쪽 30cm가량의 틈에서 작업하다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려오던 전동차와 부딪히며 약 20m를 끌려갔다.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사건 5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 공식적인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강남경찰서는 개인과실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메트로가 운영하고 관리중인 강남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 사진=분당선M, flicker
유진메트로가 운영하고 관리중인 강남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 사진=분당선M, flicker

 

어김없는 개인과실 주장 망자는 말이 없다

사고 직후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바로 논란으로 떠올랐다. 본디 지하철 스크린도어 작업은 ‘2인 1조’로 이루어져야 하며, 전동차가 오가는 스크린도어 안쪽의 경우 지하철이 운영되는 시간에는 작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 홀로 지하철 운영 시간임에도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작업하다 벌어진 참사였다.

왜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혼자 갔는지, 강남역은 작업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강남역은 서울메트로 종합상황실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스크린도어가 열리면 열차가 멈추어야 함에도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 파헤쳐야 할 진실이 산적했다.

사고 이후 ‘혼자 작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민자방식으로 외주업체에 일을 주다 보니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는 건 일반적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만성적인 인원 부족으로 작업규정을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유진메트로컴의 행동은 재빨랐다. 사건 직후 유진메트로컴은 고인의 부모를 따라다니며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장례를 치를 것 아니냐’며 설득했다고 한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제정신이 아니었던 고인의 부모는 서둘러 아들을 냉동실에서 빼내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지장을 찍었다. 당시 부모가 날인했던 서류는 유진메트로컴에 사고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불처벌의사확인서’ 및 ‘탄원서’였다. 회사는 4억 원을 지급했다.

이후 조사가 시작되자 고인의 부모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태. 부모는 돈을 돌려 줄 테니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만약 경찰의 수사가 개인과실로 결정 날 경우 고인의 부모는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4억 원을 반납하고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의 비상식적인 계약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 숨어 있다 / 사진=hojusaram, flicker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의 비상식적인 계약 뒤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 숨어 있다 / 사진=hojusaram, flicker

 

알짜배기 사업단독입찰한 유진메트로컴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인 유진메트로컴의 비정상적인 계약 내용과 과정이 세상에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입찰과정부터 상식을 벗어났다. 스크린도어 민자사업은 사업주가 자비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유지·보수업무를 하는 대신 스크린도어를 이용한 광고매출을 갖는 방식이다. 지난 9년 동안 유진메트로가 광고로 얻은 이익은 2559억 원이다. 반면 스크린도어 설치에 들어간 돈은 1차 계약 428억 원, 2차 계약 451억 원 등 총 879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 대비 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사업을 유진메트로컴은 독점계약으로 따냈다. 지난 2004년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유진메트로컴만 해당 입찰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수익이 보장된 사업에 다른 업체가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

게다가 당시 유진메트로컴은 신생 회사로서 기술도 경험도 없고 실적도 전무한 상태였으며, 유진메트로컴을 선정하기 위해 서울메트로는 “2인 이상 유효한 경쟁입찰이 성립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도 어겨야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의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계약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의혹을 제기한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직후 현대건설 출신을 서울메트로 초대 사장에 앉히는 한편, 서울메트로 상임감사에는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활약했던 측근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서울시의회가 반대했지만 이명박 전 시장과 서울메트로의 의지가 너무 강해’ 해당 사업이 재빨리 추진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내버려두면 사고는 되풀이될 것

지난 강남역 사고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인명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 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에 선의는 없다. 애초 시작부터가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사업이었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하청업체는 다시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레퍼토리는 이제 지겹다. 말 없는 망자만 물고 늘어지니 개선도 전혀 없다.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논리에 팔아버린 국민과 노동자 안전을 다시 찾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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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기자
ehn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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